/ / 2018. 10. 25. 22:21

은교 (박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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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네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너를 사랑했다.....




은교, 그 이름만으로도 매혹적이고 중독감 느껴지는 책의 제목이 아닌가 합니다. 

책의 표지에서 묻어난 쉽지 않은 길목이 궁금했으며, 

그 물음의 원천이 나를 부르듯 손짓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 만큼 이 작품의 매력은 충분히 매혹적이고 고혹적이라 할만 했습니다. 


이 책은 유명시인, 이적요. 

그의 제자인 서지우, 그리고 천진난만한 소녀 은교가 만들어가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이 다른 작품들과 차별을 둔 것은 이 세명의 복잡하고 오묘한 심리적 변동과 방향이라는 점입니다. 

이적요는 은교를 사랑했으며, 서지우 또한 은교를 사랑했습니다. 

그로 인한 이적요와 서지우의 심리적 갈등, 그리고 서로를 향한 날선 공격과 냉소는 보는이에게 한기를 느끼게 할 만큼의 위력이 있었습니다. 

작품의 전개는 사실상 은교를 둘러싼 늙은 시인 이적요의 이룰 수 없는 애틋한 사랑, 

그리고 자신의 제자 서지우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여자 은교를 가까이 하게 되는 것에 대한 증오를 다룬 이야기로 구성됩니다. 

이는 이적요 뿐만 아니라 서지우에 대한 이적요의 심리적 묘사도 가미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적요의 독백이 이 작품의 가장 중심적인 생각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자칫 이 작품을 오해하는 분들도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늙은 시인 이적요의 음탕한 상상, 스승을 속이고 성공하고자 하는 서지우,

그리고 나이 많은 남자들을 우롱하는 음탕한 청소년 은교'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순수한 작품의 묘사와 감성만을 느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은 순수하게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사랑하는 남녀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늙은 시인 이적요는 이런 대한민국의 사상을 뛰어넘지 못하여서 곁에만 은교를 두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채, 

오로지 그녀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그런 사람으로 살다가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런 순수한 사랑은 결코 젊은 청춘 남녀에게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이의 유무를 떠나 봄볕의 새싹처럼 피어오르는 사랑과 만남에 숫자를 깊게 새겨 넣지는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은교는 매우 매력적입니다. 

소녀 은교는 손녀같았고, 어린 여자친구 같았으며, 아주 가끔은 누나 또는 엄마 같았습니다. 

작품 속에서도 은교는 슬프게도 이적요와 서지우의 갈등 요소가 되어버렸지만 결국에는 이적요와 서지우의 삶에 강력한 빛 한줄기를 내뿜게 해주던 존재였습니다. 

비록 마지막에 홀로 남아 그들을 그리워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것이 아쉽지만, 

후에 대학생이 된 사회에 자신의 몸을 힘껏 내던질 그녀에게 소중한 만남이었다고, 교감했던 과거였었다고 되새김 되길 바래봅니다. 


은교의 결말은 개인적으로 매우 신선했으며, 

이런 여러 내용을 함축하며 전개되는 독백 형식의 소설은 드문것 같아서 처음부터 탄력있게 쉬이 읽어내려간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는 오락적 위주의 재미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고요한 재미, 흥미를 느끼고 싶은 독자들에게 있어서는 이 책은 매우 매력적이고 관능적인 작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만약 시간이 허락한다면, 영화로 나온 은교도 한번 보면 어떨까요?



사랑은 오직 사랑을 주고받는 둘만의 세계입니다. 

둘사이에 오고가는 말과 표정과 행동에 담긴 감정들은 둘에게만 공유되는 내밀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은교가 그 소설이 사실 이적요가 쓴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둘 사이에 있었던 화학적 작용은 절대로 말로 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그런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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