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게 사랑이었어!
전 지금 사랑에 빠졌어요 너무 아파요 그런데 계속 아프고 싶어요.
마치 영화를 보듯이 구성되어 있어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불치병이라는 뻔한 소재를 다루었다는 점에선 식상할 수 있지만, 가슴시리도록 예쁜 그들의 우정과 어긋나버린 안타까운 사랑에 많이 울면서 보실 수도 있습니다.
한 남자를 사이에 둔 두 여자,
그러나 그들의 관계는 흔히 막장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피해만 보는 선한 여주와 악역의 여주로 나뉘어 지지 않습니다.
정말 소설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여리고 맑은 주인공 수인,
별처럼 사람도 빛이 났으면 좋겠어. 아마 우주에서 보면 사람한테서도 빛이 날지도 몰라.
내가 죽고 난 후에도 먼 우주 저편 어딘가에서 누군가 내 빛을 보고 있다고 생각해 봐.
그럼 죽음도 그렇게까지 외로운 일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바다를 지켜 주는 천사가 발꿈치를 담그면 수위가 높아 저 밀물이 되고,
발꿈치를 들어 올리면 썰물이 되는거야.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대.
어느 시인이 그랬어.
아직도 첫 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이 내린다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그런 약속을 많이 할 수록 첫 눈이 더 빨리 내릴거야.
약속해.
그리고 주머니에 쏙 넣어가지고 다니고 싶을만큼 밝고 귀여운 그녀, 경희
지환의 등장으로 친구에게 질투를 느끼는 자신이 밉게 느껴졌던 그녀다.
6살때부터 알아온 두 친구,
서로의 이름을 바꿔부를만큼 상대방이 자신의 존재와 같았기에,,
거울 속에 함께 비춰보이던 둘의 모습을 영원히 보고싶었던 그들이었기에.
친구 둘을 이어주고자 했던 수인의 아름다운 마음이 끝내 닿지 못해 안타까웠고,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수인이 죽은 후, 혼자 지환과 행복할 수 없었던 경희가 애처로웠고,
휘파람을 불어 날리면 바람처럼 꽃잎처럼 그 소리에 실려 와줬으면 했던 두 친구를 모두 잃어야 했던 지환의 우정과 사랑이 서글펐고,
어긋나버린 그드릐 사랑이 슬프고 쓸쓸했다.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는 건 운명 같은 걸 믿어서가 아닙니다.
기다리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까닭입니다.
기다림은 상대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고
그것은 모든 가능성이 사라진 뒤에도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희망 같은 겁니다. "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는 세상은 이전과는 다릅니다.
이른 봄에 피어나는 꽃들이 이렇게 키가 작았었나,
여름 날에 밤하늘에 이토록 별이 많았었나,
떨어져 뒹구는 나뭇잎들이 이 처럼 고운 빛깔이었나,
한겨울 가로등 불빛이 이렇게 따스한 주황색이었나,
익숙했던 모든 풍경들에 새삼 감탄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아지는지요?
어쩌면 사랑이란 잃었던 시력을 찾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별이 가혹한 이유도 세상이 다시 밋밋했던 옛날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믿음이란 말이다. 상대가 주는 것이 아니고 자기 스스로 만들어 가는 거야.
신뢰할 만한 사람을 믿어주는 건 누구라도 하잖니?
실망스럽고 미덥지 않은 짓을 할 때도 그냥 콱 믿어 주는 것,
그게 진정한 믿음인 거야."
"너무 원망하지 마라.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가장 행복했던 시간과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괴로웠던 시간은 함께 했던 경우가 많더라.
한데 중요한 건 어떤 사람은 그 시간을 행복했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불행했다고 말한다는 거야.
물병에 반쯤 담긴 물을 반이나 남았다고 하는 사람과,
반밖에 안남았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어느 쪽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끝이 힘들었다는 이유로 좋았던 기억까지 지우거나 부정하는 건 글쎄,
바보같은 짓 아니겠나?"
"사랑, 아픈데 계속 아프고 싶고,
시도 때도 없이 콧노래가 나오고,
멀쩡해 보이는데도 다리를 주물러 주고 싶은 그것,
그렇게 왔던 사랑은 끝나지도 사라지지도 않은 채 왔을 때 그대로 가슴 속에 고여 있었다.
이별하지 않았으므로, 거절당하지 않았으므로 그것을 보낼 수도 없었다."
"추억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요?
잊었든 버렸든 아니면 다른 풍경으로 기억하든,
언젠가 분명 존재했었다는 사실만큼은 요지부동이라는 것.
올해는 그 풍경을 볼 수 없을지 모르지만,
작년, 재작년 5월의 추억이 있어 그리 슬프지 만은 않습니다."
"이별이 유일하게 좋은 점이 있다면,
적어도 더 나빠질 일은 없다는 것이다.
늙어가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고,
늙어버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도 되고,
싸우거나 실망하거나 소리칠 필요가 없다.
죽을때까지 이별하던 순간의 모습으로만 기억할 수 있는 것이다."
유민주라는 작가의 글솜씨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정말 엄청난 소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연애세포가 한개도 없는 무지한 남정네가 봐도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낼 수 있는 능력자가 아닌가 합니다.
단연코 제가 봤던 소설 중에 최고의 연애소설입니다.
그리고 영화도 정말 괜찮았습니다.
비록 현실에서는 경희가 죽고 수인이가 살아 남았지만 말이죠..
사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점 사랑이란 감정이 어떤것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무엇을 해야 하고 언제 해야 하는것인지 점점 잊어 버리게 됩니다.
어떻게 시작해야하는지 끝맺음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점점 모르게 되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번주말에는 연애소설 영화를 한번 더 봐야겠습니다.
더이상 늦기 전에.. 회복불가능한 상태까지 가버리기 전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겠습니다.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해밍웨이) (0) | 2018.10.27 |
---|---|
인생 사용 설명서 (김홍신) (0) | 2018.10.27 |
은교 (박범신) (0) | 2018.10.25 |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오히라 미스요) (0) | 2018.10.24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김진명) (0) | 2018.10.24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0) | 2018.10.22 |
마시멜로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 (0) | 2018.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