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사기를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전국시대 말엽 조나라 혜문왕은 강대국이었던 진나라의 공격을 받아 수도 한단이 포위당하는 곤경에 빠진다. 군사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조나라는 초나라에 구원군을 요청하여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외교 사절을 급파하기로 했다.
혜문왕은 막중한 대임을 수행하는 데 누가 적임자인지 신하들에게 물었다. 이구동성으로 왕의 아우이며 재상인 평원군 조승이 최적임자라고 아뢰었다. 그리하여 평원군은 국가 운명을 건 외교사절의 임무를 띠고 초나라로 떠나게 되었다. 이때 함께갈 수행원 20명이 필요했다. 그가 데리고 있던 식객 3,000여명 중에 19명은 쉽게 뽑았지만 나머지 한 사람을 뽑지 못해 고심하고 있었다. 재능 있고 말재간이 탁월하며 반짝이는 재치를 갖춘 인물이어야 하는데, 그런 인물이 얼른 눈에 띄지 않았다.
이 때 모수라는 식객이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자천하고 나섰다. 평원군이 가만히 보니 기억에도 없는 얼굴이었다. 평원군은 그에게 이름과 식객이 된지 얼마나 되었는지 물었다. 모수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식객이 된지 3년째라고 했다. 그 대답을 들은 평원군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모수에게 물었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마치 주머니 속의 송곡끝이 밖으로 나오듯이 남의 눈에 드러나는 법이다. 그런데 그대는 내 집에 온지 3년이나 되었는데도 이름이 드러난 적이 없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모수는 전혀 위축되지 않고 당당한 어조로 대답했다.
"나리께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소인을 주머니 속에 넣어주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모수는 이어 이번에 주머니 속에 넣어주기만 한다면 송곳의 끝뿐아니라 자루까지 드러내 보이겠다고 덧붙였다. 모수의 재치있고 당당한 대답에 평원군의 표정이 금세 밝아졌다. 평원군은 흔쾌히 모수를 수행원으로 선발하여 함께 출발했다. 이윽고 초나라에 도착한 평원군은 왕에게 선물을 진상하고 동맹체결의 중요성을 입술이 닳도록 역설했다.
그러나 초나라 왕은 고개를 끄덕이기만 할 뿐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에 모수는 평원군을 도와 유창한 언변으로 동맹을 역설해 초나라 왕을 설복시켰다. 평원군은 모수 덕분에 목적을 이룰 수 있었고, 국빈 대접을 받은 다음 기뿐 마음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평원군은 집에 돌아와 모수를 상객으로 승진시켜 존대했다.
모수가 스스로를 천거한 데서 모수자천이라는 고사성어가 유래했다. 모수자천은 자신의 능력을 믿고 어떤한 일에 스스로 나서는 일을 뜻하게 되었다. 한편 평원군의 말에서 낭중지추라는 말이 유래하게 되었다. 아무리 낭중지추라 하더라도 무수자천이 없으면 빛을 발할수 없다. 또 모수자천을 하더라도 평원군처럼 낭중지추를 알아보는 안목이 없다면 성과를 이룰 수 없다. 훌륭한 CEO가 훌륭한 인재를 만들고 훌륭한 인재가 훌륭한 CEO를 만든다.
CEO는 항상 외부든 내부든 인재를 찾는데 고심할 수 밖에 없다. 능력과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스스로 두각을 나타내게 된다. 주머니속의 송곳처럼 두드러지는 낭중지추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내가 송곳을 담을 주머니를 갖고 있지 못하면 어찌할 것인가.
인재를 알아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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