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했던 프로그램인 알쓸신잡 시즌2가 끝났습니다.
이번 회에는 특히 시가 많이 나왔습니다.
시에 대해 문외한이면서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 시를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굉장히 흥미가 유발되고 뭔가를 느끼게 해줄 수 도 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유시민님과 황교익님의 시 낭송은 가히 압권. ㅎㅎ
황교익님이 소개해주신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는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이 인사청문회 당시 인용한 시.
그러면서 유시민님이 본인도 청문회 당시 인용했던 시가 있다면서 소개해주신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길".
(2006년 인사청문회 당시 마지막으로 본인만의 시간을 할애하면서 하고 싶던 말을 시로 대신 함.)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되어도
순하고 명량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길. -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 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 번쯤은 꼭 다시 한번 걸어보고픈 길이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도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게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패어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 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는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턱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지나온 모든 길들이 결국 내 삶의
역사가 되는 것이겠지요.
나는 별이다. - 헤르만 헤세-
나는 저 하늘에 홀로 떠있는 별이다.
세상을 그리워하며 바라보고
그 세상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하지만
내 스스로의 열정 안에서 불타버릴 뿐이다.
나는 밤마다 노도치는 바다니
예전의 죄에 새로운 죄를 쌓아 올리는
밤만되면 울부짖는 바다다.
시를 쓰는 사람만이 시인은 아니라고 합니다.
시를 써보기 위해 펜을 들었다면 그 사람은 시인이 된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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