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18. 10. 9. 17:24

여행은 인생에 있어 분명한 태도를 가지게 한다 (이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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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인생에 있어 분명한 태도를 가지게 한다. 




여행을 하지 않아도 살아지는 너와, 여행을 다녀야 살아지는 나 같은 사람의 간극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그래. 너는 여행의 조각이 아닌 다른것들을 맞추면서 살아온것 일거야.


알고 있겠지만, 여행은 사람을 혼자이게 해.

모든 관게로부터, 모든 끈으로부터 떨어져 분리되는 순간, 마치 아주 미량의 전류가 몸에 흐르는 것처럼 사람을 흥분시키지. 

그러면서 모든것을 다 받아들이겠다는 풍성한 상태로 흡수를 기다리는 마른 종이가 돼.

그렇다면 무엇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먼 곳에서, 그 낯선 곳에서....


무작정 쉬러 떠나는 사람도, 지금이 불안해서 떠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결국 사람이 먼 길을 떠나는 건 '도달 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보겠다는 작은 의지와 연결되어 있어. 

일상에서는 절대로 만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저기 어느 한켠에 있을 거라고 믿거든.

아름다움을 이야기 하다보니 내가 최근에 본 어떤 아름다운 풍경 하나가 떠올라. 

혼자라서 밋밋하기만 한 밤을 겨우 보내고 아침을 맞았는데 숙소 앞에 누군가 여러개의 눈 사람을 만들어 놓은 거야. 

나도 모르는 사이 밤 동안 눈이 내린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누군지 도무지 알수 없는 한 존재가 아침 일찍 일어나 눈을 굴려 눈사람들을 만들었다는 건, '그냔'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아름다움이 관여한 '기적'인 거지. 

과연 그 사람은 혼자 보려고 눈 사람을 만들었을까?

아니지, 단지 그냥 차가운 눈을 굴린게 아니라 기쁨이며 온기 따위를 굴린거야.

어쩌면 사람다운 것에 더 가까워지는 연습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그 사람은 자기 인생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가진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자기 인생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갖는 것, 그건 여행이 사람을 자라게 하기 때문이야. 


사람은 원래 약하고 여리고 결핍되게 만들어졌어. 

그건 왜 그런가 하면 그 상태로부터 뭐든 하라고, 뭐든 느끼라고 신은 인간을 적당히 만들어 놓은거야. 

그러니까 스스로 약한게 싫거나 힘에 부치는 게 싫은 사람들은 자신을 그렇게 방치하면 안되는 몇몇 순간을 만나는 거지. 

그래서 불완전한 자신을 데리고 먼길을 떠나, 그걸 순례라고 치자구. 


나에게 순레는 내가 나를 데리고 간 그 길에서 나에게 말을 걸고, 나와 화해하며, 나에게 잘해주는 일이야. 

높은 산으로 해지는 풒ㅇ경을 보러 올라가 넋을 놓고 세상을 내려다보면서 알 수 없이 차오르는 마음 안쪽의 부드러움을 대면하는 순간. 

맨발로 돌길을 걷고 걷다가 문득 푸른 잔디를 만나 발이 고마워하게 되는 순간. 

낯선 방에 가방을 내려다 놓으며 이 방은 어떤 사람들의 어떤 이야기들이 거쳐갔을까 하고 낭만을 상상해보는 순간. 

그 자잘한 순간들은 모이고 모여 한 장의 그림이 돼. 

그 그림이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안절부절하고 아옹다옹하는 일상하고는 전혀 다른 재료로 그려진 것이라는 것. 


이런 작은 느낌들은 한꺼번에 광채로 다가오지. 

아무렇게나 살다가 그대로 죽을 수는 없다는 사실까지도 알게 해주지. 

그래, 그로인해 사람이든 풍경이든 얼마나 사랑스러운지를 사랑이 쓰다듬는 세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해주는 것, 

그것이 여행인거야.


걷지 않고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야. 

보지 않고 더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

그러니까 여행을 떠나더라도 살아서 꿈틀거리는 상태가 아니라면 아무것도 획득할 수 없게 돼.


여행은, 신이 대충 만들어놓은 나 같은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손을 뻗어야 하는 진실이야. 

그 진실이 우리 삶을 뒤엉켜 놓고 말지라도,

그래서 그것이 말짱 소용없는 일이라 대접받을지라도,

그것은 그 만큼의 진실인거야. 




가장 첫 페이지를 제가 좋아하는 이병률시인의 내 옆에 있는 사람으로 시작해 봅니다. 


이 책이 제 손에 어떻게 전해졌는지. 어떤 경로를 통해 제 앞에 놓여졌는지는 사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병률이란 시인을 알게 되어 기쁘고, 많은 분들에게 이병률이란 시인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연결되어 있는 소설이 아니기에,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책이 아니기에 누구에게나 쉬이 읽힐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어쩌면 혼자 여행을 가는 당신의 손 위에 이 책이 이미 올려져 있을지도 모르지요. 


여행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합니다. 





지식백과 사전에서는 여행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여행을 뜻하는 영어 단어 'Travel'의 어원은 'Trava(고통, 고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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