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0. 3. 8. 05:40

알쓸신잡 문학의 밤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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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했던 프로그램인 알쓸신잡 시즌2가 끝났습니다. 

 

 

이번 회에는 특히 시가 많이 나왔습니다. 

 

시에 대해 문외한이면서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 시를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굉장히 흥미가 유발되고 뭔가를 느끼게 해줄 수 도 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유시민님과 황교익님의 시 낭송은 가히 압권. ㅎㅎ

 

 

 

 

황교익님이 소개해주신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는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이 인사청문회 당시 인용한 시.

 

그러면서 유시민님이 본인도 청문회 당시 인용했던 시가 있다면서 소개해주신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길".

(2006년 인사청문회 당시 마지막으로 본인만의 시간을 할애하면서 하고 싶던 말을 시로 대신 함.)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되어도 

 

순하고 명량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길.  -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 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 번쯤은 꼭 다시 한번 걸어보고픈 길이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도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게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패어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 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는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턱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지나온 모든 길들이 결국 내 삶의 

 

역사가 되는 것이겠지요.

 

 

 

 

 

나는 별이다.  - 헤르만 헤세-

 

나는 저 하늘에 홀로 떠있는 별이다. 

 

세상을 그리워하며 바라보고

 

그 세상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하지만

 

내 스스로의 열정 안에서 불타버릴 뿐이다. 

 

나는 밤마다 노도치는 바다니

 

예전의 죄에 새로운 죄를 쌓아 올리는 

 

밤만되면 울부짖는 바다다.

 

 

 

 

시를 쓰는 사람만이 시인은 아니라고 합니다. 

 

시를 써보기 위해 펜을 들었다면 그 사람은 시인이 된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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