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18. 10. 12. 23:05

사랑후에 오는 것들 (츠지 히토나리 & 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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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한일 교류의 해 기념으로 한국의 '공지영'작가님과 일본의 '츠지 히토나리'님이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배경으로 한 오해와 갈등, 뿌리 깊은 역사적 피해의식의 종식을 촉구하는 가까운 이웃나라로서 화합해 나갈 수 있는 전망을 제시하기 위해 이 책을 폈습니다. 소설 속 남녀의 '사랑'을 통해서 말이죠. 




사실 이 부분은 굉장히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이고 크게 파장을 퍼질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깔끔하게 그리고 조용하게 풀어낸 것 같습니다. 


소설가를 꿈꾸는 대학생 '준고'와 한국에서 윤동주 시인의 일본에서의 발자취를 조사하기 위해 한국에서 유학온 '최홍', 내일 출판사 사장의 딸로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온 홍이와 아르바이트를 밤늦게까지 해야만 하는 준고의 운명적인 만남. 

그 시작은 이노카시라 공원이었습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달리기를 하는 홍이는 겨울의 어느날, 고바야시 칸나와 헤어진지 얼마되지 않은 아직 힘겨워하던 준고와 마주치게 됩니다. 스쳐가는 만남이었을 수 도 있었지만 왠지 모를 시선에 이끌려 그들은 얘기를 주고 받게 됩니다. 명랑하고 적극적인 성격이나 막 일본에 와서 서툰 일본어로 인해 말수가 적었던 홍이와 준고는 서로에게 끌리게 되고 몇번의 만남이 이어지다 동거를 하기에 이릅니다. 


홍이는 준고를 한국식 이름인 '윤오'라고 부르고 서툴지만 순수함 그 자체로 준고의 마음을 두드립니다. 홍이를 사랑하지만 학교, 아르바이트에 쫓겨 마음의 여유가 사라져가던 준고에게 홍이는 유일하게 웃을 수 있는 안식처, 그리고 조금은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생활고의 힘겨움을 모르는 홍이는 준고의 아르바이트로 인해 매일같이 늦는 귀가와 타지에서의 외로움, 고독함으로 점차 마음이 병들어 갑니다. 


매일밤 준고의 품에서 잠이 들어도, 고독감을 쫒기 위해 매일 끊임없이 달려도 홍이의 마음은 병이 깊어져 가고 이는 점점 준고를 부담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조그만 간격이 생겨, 사소한 다툼이 시작되었다는 건 이미 몸 전체에 병이 퍼져버렸다는 것입니다. 다투전 어느날 준고가 집을 비운사이 홍이는 한국으로 돌아가버렸고 홍이는 좋아했던 준고에게 선물했지만 헤어진 후에야 읽기 시작한 윤동주의 시집, 한구절 한구절이 가슴속을 파고듭니다. 


홍이를 이해하려 조차 하지 않았던 순간순간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홍이의 외로움, 홍이의 나라, 홍이의 모든것을 잘 이해한다고 느꼈었는데 지나고 돌이켜 생각할 수록 홍이를 적으로 내몰았던 기억들, 그리고 깨달음.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 겠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준고는 홍이를 단 하루도 잊지 못한채 홍이와의 사랑을 소설로 쓰기 시작합니다. 

언젠가는 홍이에게 이 책이 닿을 것을 기대하면서


7년 후 한국에 출판기념 사인회를 위해 방문하게 된 준고.

홍이의 나라, 홍이의 흔적, 복잡한 심경으로 한국으로 온 날 홍이와 극적인 재회를 하게 됩니다. 작가와 통역가로서, 

서로를 감추며 낯설게 하루가 지나고 통역가는 다른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한국에 머무는 일주일간 7년간 기다려온 홍이에 대한 마음을 진심을 다해 전달해야 겠다는 굳은 결심에 결혼할 애인이 있다는 얘기에도 불구하고 홍이가 살고 있는 분당의 호수에서 지금도 달리고 있을거라는 믿음으로 기다립니다. 


첫번쨰 기다림에선 달리는 속력을 늦추지 않고 스쳐간 순간, 

홍이를 통해 현실을 깨닫고 사랑은 지나간 것임을 받아들이려 하지만, 

결국 진심을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에 두번째 기다림에선 같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지난 7년간 매일 홍이를 생각하며 달렸던 마음, 홍이가 외로움, 고독감과 싸우며 달렸던 것처럼 하루도 홍이를 잊지 않고 달렸다는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4바퀴째, 둘은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합니다.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멀어질수록 짙어오는 것이라 했습니다. 잊으려 하는 노력도, 

잊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모두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의 일부임을.

누구나 사람은 상대방을 어느정도 이해한다고 생각하며, 소중한 관계에서라면 더더욱 그 사람에 대해 많이 알고,

이해한다고 착각하며 살아갑니다. 

사랑은 오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입니다. 


호감을 느끼고 사랑을 시작하는 것보단 매 순간 사랑을 유지하고 키워가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힘든 일이라는 것. 

그리고, 상대방을 이해한다는 건 마주 앉아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나란히 앉아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것. 


또는 나란히 같은 방향을 향해 달릴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요?


지나간 사랑에 대해 생각을 해봅니다. 

왜 지나간 사랑이어야 했을까요?

왜 나는 붙잡지 못했을까요?

사랑을 시작하는 것보다 사랑을 유지하고 키워가는 것이 정말 힘든일 인것 같습니다. 

이해하고 다 감싸앉고 사랑할 수 있을것 같았지만,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헤어진 것이겠죠?

지나간 두번의 사랑에서 다가올 한번의 사랑을 생각해 봅니다. 


앞으로 다가올 사랑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요? 

사랑의 준비를 할 수 는 있는 걸까요? 

나의 어떤 점을 고쳐야 다음 사랑을 위하는 것일까요? 

다음 다가올 한번의 사랑이 마지막 사랑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너무 욕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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